2023. 1. 13. 08:43ㆍ사람길 국토종단 트레일 HANT
<2023 서울-부산 사람길 국토종주를 앞두고>
새 국토종주 도전
2019년에 해남-고성을 잇는 사람길을 찾아 걷는 국토종주를 떠났었다. 이제 4년 만에 2023년 다시 국토종주 도전에 나서려고 한다. 새해 1월부터 새로이 도전하는 국토종주는 4년 전의 길과 달리 서울-부산을 잇는 사람길을 여는 국토종주이다.
4년 전엔 우리 국토를 남서 끝에서 북동 끝까지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국토종주였다면 이번엔 북서 끝에서 남동 끝까지 대각선으로 가로지른다. 우리 국토의 크로스 종주 루트가 완성되는 셈이다.
잊지 못할 국토종주의 감동
처음 국토종주를 떠나기 전에도 나는 나름 '걷는 사람'이라고 자부했었다. 그러나 국토종주만큼 온몸으로 걷기의 묘미를 발견한 건 처음이었다. 나는 지난 8년 간 Hiker로서 살아왔고, 지금도 계속 걷기를 하고 있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때만큼 가슴 설레던 걷기는 없었다.
국토종주는 보통 하는 산행이나 둘레길 걷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걷기였다. 등산처럼 자연 속에 파묻히거나 둘레길처럼 박제된 길을 걷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국토의 실제와 지역의 삶을 만나는 한국 국민으로서 가장 필요한 걷기라는 것을 나는 걸으며 더 분명히 깨달았다.
매달 한 차례씩 주말 이틀 동안 50~60km씩 4계절을 이어 걸으며 마주했던 우리 국토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품는 살아있는 생물이었다. 모든 것이 새로웠고 지금도 모든 길이 생생하고 1년 5개월에 걸쳐 걸었던 34일의 모든 날이 그립다.
걷는 내내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 국토가 보여 주는 새로운 환경에 나를 던져놓고 새로운 나, 새로운 지각에 환호했다. 우리 땅인데 그동안 왜 이리도 모르는 게 많았는지 신기함과 놀라움은 계속됐다. 모든 걸 잊고 온종일 온전히 걷기에 빠져드는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사람길을 개척하다
사실 국토종주는 그렇게 큰 인기가 없고 설레는 걷기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국토종주' 하면 우리나라에선 국도를 따라 걷는 루트 외엔 없다. 만약 우리도 그렇게 찻길인 국도를 따라 걷는 국토종주를 했다면 그토록 많은 감흥과 추억을 남길 수 없었을 것이다. 볼 것 없는 오직 딱딱한 아스팔트와 우악스럽게 지나가는 차량에 언제 끝나나 하는 무섭고 고된 기억만 남았을 것이다.
우리의 국토종주가 걷기의 가장 큰 설렘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국토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람길을 찾아 걸었기 때문이다. 우리 국토의 실체와 지역의 삶을 제대로 보고 느끼려면 찻길만 보이는 국도가 아니라 마을과 마을을 잇는 사람길로 걸어야 했다.
그러나 사람길 국토종주 루트가 기존에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길을 개척해 걸었다. 미지의 길을 여는 두려운 도전일 수도 있었지만, 도전은 값진 결과로 보답해 주었다.
희열과 감동의 길
개척의 길이었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두려움이 아닌 희열과 감동, 배움의 길이었다. 사람길을 걷는 내내 매 발걸음마다 즐거웠고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기대에 가득 찼다. 우리 국토는 고장마다 전혀 다른 자신만의 색으로 살아 숨 쉬고 있었고, 시시각각 놀램과 짜릿함을 안겨주었고, 지금은 걷기의 가장 큰 추억과 보람으로 남았다. 몸은 고되고 다리는 천근만근이고 체면이고 머고 어느 풀섭 어느 뚝방이라도 털썩 주저앉으면 천국이 따로 없었던 때조차 몸의 고됨은 걷기의 희열에 비할 수 없었다.
그렇게 첫 사람길 국토종주를 완주하던 날 강원도 고성에서 철책에 막혀 더 걸어가지 못할 때 완주의 기쁨보다 아쉬움이 더 컸다. 국토종주하던 1년 5개월을 행복과 희열로 채웠기에 마지막 날은 조금이라도 더 오래 느끼고 싶었다. 한걸음이 왜 그리도 빠른지 마치 10m씩 성큼성큼 가는 것 같아 더 천천히 가려고 느리게 느리게 걸었다. 더 못 걷는 아쉬움이 너무 컸다.
그러나 해남-고성 간 루트만 국토종주가 아니다. 그 반대편의 서울-부산 간 크로스 루트로 국토종주를 해야 한다. 더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새로운 도전 앞에 섰다.


우리는 없는 길
이웃 일본의 경우는 일본 전역을 종단, 횡단, 순환하며 여러 각도로 국토를 종주할 수 있는 보행자 중심의 '장거리 자연 보도'를 1970년대부터 조성해 이용하고 있다. 말하자면 일본은 사람길 국토종주 루트가 종, 횡, 순환으로 여럿 있는 셈이다.
그러나 금수강산이라는 우리나라는 아직 도보 국토종주 루트가 없다. 사실 좀 창피스럽다. 그래서 처음으로 우여곡절 끝에 개척해 만든 길이 2019년에 우리 워크링크 국토종주단이 만든 '해남-고성 간 사람길 국토종주 루트'이다. (이 길은 <사람길 국토종주>라는 책으로 발간되었다.) 이번에 새로 걸을 크로스 루트인 파주-부산 사람길 국토종주 루트도 아직은 없다. 그러나 우린 새 길을 열 것이다.
서울-부산 사람길 국토종주에 도전하며
이제 2023년 새해엔 서울-부산 간 전혀 새로운 크로스 국토종주길을 떠난다. 이번 길은 조선통신사 길을 복원하는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한양에서 부산을 거쳐 일본으로 신문물을 전파하러 떠났던 자랑스러운 길이자 세계로 소통하는 한국의 실크로드가 조선통신사 길이다. 고증을 거쳐 어디가 통신사 길인지 추적해 나가는 재미를 더해, 서울-부산 사람길 국토종주는 새로운 도전이면서 한국 트레킹사에 남을 기념비적 걷기가 될 것이다.
특히 우리는 똑같은 뷰의 국도를 배제하고 사람길을 찾아 걷는 패스파인더가 될 것이다. 우리 국토의 숨겨진 진면목을 발견하고 지역민들의 삶을 만나는 한국 트레일을 대표할 힐링 로드로서 서울-부산 사람길 국토종주를 떠난다. 파주 임진각에서 출발해 부산포 왜관까지 가서 마칠 땐 조선통신사길 복기의 벅참과 해양대국인의 감회에 젖을 것이다.
이번에도 서울-부산 사람길 국토종주는 한 번에 다 걷지 않고 매달 한 번씩 주말을 이용해 1박 2일로 떠나 약 1년에 걸쳐 완성한다. 해남-고성 루트보다 약 20% 짧은 거리로 일정에는 여유가 있을 것이다. 매달 떠나면 4계절마다 다른 국토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어 색다른 묘미가 있다. 지난 해남-고성 국토종주가 지금도 언제나 그리운 건 계절마다의 추억을 쌓으며 사시사철 늘 걸었던 것도 큰 이유이다.
새 국토종주 이야기
한국인으로서 우리 땅의 실체를 감동으로 마주하게 될 서울-부산 사람길 국토종주 이야기를 이곳에 싣고자 한다. 우리 국토의 구석구석이 "나 여기 있었어요" 하고 외치는, 사람길 국토종주만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우리 국토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우리 국토의 실제를 알리고, 잊혀졌던 명소의 진가를 밝히고, 지역민의 삶을 소개하고,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과, 우리 사회의 이슈와 길에 얽힌 역사를 우리 국토를 통해 찾아 나가고자 한다.
<2023 서울-부산 사람길 국토종주 계획>
▷일정: 2023년 1월 둘째 주부터 12월 둘째 주까지 1년 간 매월 둘째 주 토, 일 1박 2일로 진행
▷경로: 서울-이천-충주-문경-안동-경주-부산
▷특징: 찻길 국도를 피해 사람길로 진행(총 600km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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